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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낙서

여름이면 생각나는 추억속의 철엽

by -한우물 2008. 11. 2.

김상순의 생활의발견

여름이면 생각나는 추억속의 철엽


어린 소년시절의 기억은 여름이면 아버지를 따라서 시골 냇가로 가서 철엽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철엽의 정의를 풀고 이야기를 풀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야외로 나가서 하루를 즐기는 야유회 정도라 생각한다.

보통 철엽은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봄, 여름, 가을에 시골 시냇물이 흐르는 냇가로 가서 즐기는 일이 보통이었다.

강원도 산골짜기 소년은 아버지가 철엽을 가자고 말을 건네면 준비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헛간에서 어항, 족대, 투망, 장화를 챙기고서 나서면 나는 양동이를 들고서 신나서 졸졸 따라 나선다.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냇가 모래판에 터를 잡고서 매운탕을 끊이도록 돌을 주워서 솥을 올려놓고 나무 가지를 주워 모아서 주변에 모아두면 나의 할 일은 끝난다.

아버지가 긴바지를 돌돌 말아서 반바지처럼 물에 젖지 않도록 올려주면서 물이 깊은 곳으로 가면 안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신다. 어항에 된장을 넣고서 물에 조금 풀어 넣고 족대를 들고 풀숲으로가 발로 풀을 밟으면서 고기를 쫓으면 족대 속으로 풀숲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잡힌다.

냇물이 맑아서 바닥이 훤하게 보이는 지금의 1급수의 물이 흙탕물로 뿌옇게 변하면서 족대 속에는 피라지가 잡힌다. 피라지는 붕어랑 비슷하지만 몸길이가 조금 더 길고 수컷은 오색빛을 띤다. 아름다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더욱 아름답게 채색된 고운색상의 피라지가 잡히면 좋아서 펄쩍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물을 채운 양동이에 잡혀온 물고기를 담가두면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눈을 떼지 못한다. 아버지지는 연신 어항 속에 잡힌 붕어, 피라지를 들고서 양동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시면 얼마나 많이 잡혔을까 궁금해서 쫓아가 눈으로 물고기양을 확인하고 물고기를 양동이에 넣는다. 다시 된장 조금을 어항에 넣고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또 이만큼 잡히겠지 라고 생각해곤 하였다.

무더운 여름인지라 아버지는 시원한 냇가에서도 비지땀을 흘리면서 이리저리로 움직이면서 족대질하시랴, 어항 보시랴 분주히 움직이시면서 물고기 양이 적으면 투망질도 하셔야 했다.

지금은 규제하는 일도 많지만 예전에는 먹고살기 급했던 시절이라 ‘싸이나’라는 독약을 풀어서 물고기를 잡거나 밧데리를 등에 지고서 전기 충격을 가해서 다량의 물고기를 잡았던 그 시절이기도 하다. 규제가 심해 지다보니 다양한 어족 자원이 많아진 지금과는 다르게 당시에는 붕어나 피라지, 쏘가리, 미꾸라지 등 몇 종류만 기억나는 이유도 어족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양동이에 적당히 잡힌 고기를 매운탕 해먹으려면 아버지가 나오셔서 냇물을 양은 냄비에 받아서 나무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냇가에서 양동이에 담긴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깨끗하게 정리하여 냄비에 하나둘씩 담아서 끊는 물에 넣도록 손질을 하신다. 어린 소년도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돕는 것이 아니라 장난으로 재미 삼아서 곁에서 창자 정리하는데 느린 손길로 동참하곤 했다. 끊는 물에 물고기를 넣고서 밀가루 반죽한 수제비도 곁들인 매운탕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최고의 맛이었다. 강원도 산골 소년은 지금도 그 시절의 철엽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김상순 

노원신문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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