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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기사내용

사라져가는 추억의 철물점

by -한우물 2008. 7. 29.

김상순의 '생활의 발견'

사라져가는 추억의 철물점

 

철물점이란 단어조차도 자라나는 아이들은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철물점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생활용품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철물점이어서 만물상이라고도 하였다. 요즘 아이들은 만물상이라고 하면 금강산에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만물상을 기억할 것이다. 온갖 모양이나 생김세가 다른 물건들이 무수히 많아서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철물점에서 모든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기에 만물상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지금의 백화점처럼 일상에 필요한 음식에서 입을 옷이나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 철물점에 가면 일상에 필요한 생활 집기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곳이다.

80년대 초까지는 대부분의 가옥 구조가 주택으로 이루어져서 크고 작은 일들은 아버지가 퇴근하여 주택을 조금씩 손보면서 살았다. 알루미늄 창호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문틀이 모두 나무라서 집수리에 필요한 못과 망치 여름철이면 파란 모기장(방충망)을 사다가 창틀에 붙이는 일들을 아버지들이 손수하시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이 난방을 위해서 연탄을 때던 시절에는 연탄집게가 잘 나가던 물건이었다.

나무대문이 고장이라도 나서 삐거덕거리면 경첩을 바꾸어 주거나 못으로 문틀을 고정시켜 주어서 수리를 했다. 집안 단속을 위하여 쇠통(자물통)을 대문에다 걸어 잠그고 외출을 해야만 도둑으로부터 안심하고 외출하였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도둑도 허름하지만 대문에 쇠통(자물통)이 잠겨있으면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도 드물었다. 

철물점 안에는 무슨 물건이 그리도 많은지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것 같아도 말만하면 요술 방망이로 물건을 만들듯이 금방 찾아주시던 주인아저씨가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작은 아이의 눈으로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불규칙 속에서도 정해진 자리에 규칙적으로 쌓여 있음을 나이가 들어서 알았다. 생김새도 제각각이요, 쓰임세도 서로 다른 물건인데 어찌 많은 이름을 외우고 사용 용도도 정확히 알아서 사용법도 친절히 알려주시는 것이다.

집 단장을 하기위해서 페인트를 구입하면 수성 페인트에는 물을 적당량 희석해서 칠해야하고 옷에 묻으면 물에 바로 담가두면 빠진다고 친절히 알려주시던 철물점아저씨는 박사님 같았다. 내가 모르는 사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일은 지금으로 따지면 고객 서비스였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요강에서 세숫대야까지도 철물점에 가야만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로 변하면서 집안으로 화장실이 들어오면서부터 요강이나 세숫대야도 사라져 간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는 80년대 들어서면서 아파트로 변하고 있어 우리 노원구 63만이 사는 도시도 80% 가량이 아파트이다. 아파트가 보편화된 주거공간이 되면서 철물점도 주택가로 밀려나 극히 적은 수의 철물점이 존재 하는데 막상 찾아 보려하여도 찾기 힘들다.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세분화 되어서 OO보수센터 OO장식 같은 이름으로 철물점을 대신하여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아버지를 대신하여 수리하는 직업이 생겼다. 전문성도 강화되고 다양한 직업이 생기기도 하면서 사라져가는 직업군도 생겨난 것이다. 자꾸만 멀어져가는 철물점을 떠올리면서 추억으로 멀어지는 작은 기억을 꺼내어보면 나도 기성세대임을 실감하게 된다.

 

노원신문 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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