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원신문기사내용

쑥개떡 보리개떡

by -한우물 2008. 6. 4.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개떡’에 비유되는 말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개떡 같은 소리’ ‘개떡 같은 하루’ 등 좋은 의미가 아닌 아래로 보거나 무시하는 듯한 비속어 같은 말들이 많다.

개떡이 모양을 내지않고 아무렇게 주물어 만들어서 성의 없이 보이고, 맛도 없는 음식으로 끼니해결용이었기에 하급음식으로 치부하여 빗대어 아주 낮게 부르는 것 같다. 

집에서 가장 많이 기르던 가축이 개이었는데, 개나 먹을 수 있는 하급 음식을 보릿고개 세대들이 칭하던 말이 개떡의 유래이다. 떡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 사카린 혹은 당원을 넣어서 달착지근하게 입맛에 맞도록 하여서 모양없이 아무렇게 반죽해 비진 다음 솥에서 쪄서 먹었던 모양 없던 개떡이었다.

지금은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나 우리가 자라던 60년대만 해도 식사를 거르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많았던, 소위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입맛에 맞추어서, 또는 체중 조절을 위하여 열량을 맞추어 음식도 골라서 먹지만 60~70년대에는 먹는 것이 부실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른 체형이었다. 아기들을 대상으로 몸무게가 많이 우량아 선발대회가 이유식 업계에서 열리기도 했었다. 아이가 퉁퉁하게 생겼으면 장군감처럼 잘 생겼다고 어르신들은 좋아했었던 시절이다. 그만큼 우리는 먹고 사는 것에 힘든 시절이어서 배부른 아저씨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줄 알았고, 배가 나오면 사장님 같다고 높여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봄이면 생각나는 쑥 개떡,  들판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쑥 새순을 따다가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의 사랑스런 손길을 회상해본다. 어머니들이 자식을 배불리 먹이기 위하여 돈 안들이고 손쉽게 구하고 돈도 적게 들이는 음식을 만들어 주던 것이 개떡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개떡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밀가루나 보릿가루, 쑥, 메밀가루, 쌀가루 등 재료도 다양하여 범벅으로 만들어 식사대용으로 먹었다. 농가의 소박한 음식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국민소득이 낮아서 먹고 살기 힘든 궁핍한 살림살이에 맛이 거칠고 형편없는 개떡이 먹고살기 힘든 그 시절에는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던 것이다. 개떡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물건을 가리켜 말을 하고 있지만 절박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에는 맛보다 굶주린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음식이었다. 모양이나 맛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개떡은 지금 풍요로운 생활의 윤택함은 개떡이 커다란 일등 공신이다.


노원신문 김상순의 생활의발견 4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