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수도 분황사 석정
물지게와 공동수도
강원도 태백시가 물이 부족하여 제한급수를 하고 고지대는 단수되어 군부대는 물론 우체국 집배원까지 동원되어 식수를 나르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 되었다. 태백시 검룡소는 514㎞의 한강발원지가 되는 곳으로, 87년 국립지리원에서 도상실측 결과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되었다. 또 태백시 황지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다. 이 못에서 솟아나는 물은 드넓은 영남평야를 도도히 흘러가게 된다.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 중지, 하지로 구분되며 1일 5,000 톤의 물이 용출하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가진 태백시가 물이 부족하다는 뉴스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강원도하면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하다. 여름관광철이면 동해를 향하는 모든 도로가 정체될 정도로 많이 몰리는 곳인데 물 부족을 겪는다니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느끼게 한다. 7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가옥구조는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져서 가정에서는 수돗물보다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또한 마을 안에 공동우물을 만들어서 두레박으로 퍼 올렸다. 도로의 대부분도 비포장도로여서 비가 오면 땅으로 스며들었고, 그 물이 정화되어 식수로 활용되었다. 지금처럼 수질검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몰랐고 대기오염문제도 지금처럼 논하던 시기도 아니어서 무조건 지하수 물은 다 먹는 물인줄 알았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시판되고 있는 생수를 사먹는다는 생각조차 못하던 시절이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동네에 유일하게 통장을 하는 집 철물점 한쪽에 수도가 있었다. 물값을 내고 함석으로 된 둥그런 물통을 물을 받아 지게로 져다 날랐다. 그 당시만 하여도 수돗물은 지금의 생수처럼 고급스러운 물이어서 식수로만 사용했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수돗물을 사다가 항아리에 담아두고 먹었었다. 물지게는 군대에 가서 처음으로 져봐는데 중심이 잡히지 않아 바닥에 흘려 고참들의 야단은 물론 여러 번 지고 다니던 수고를 더해야 했었다. 70년대 말 미군 레이더 기지에 급수 차량이 올라와서 식수를 공급하는걸 보면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천지가 먹는 물인데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산다고 물까지 미국에서 공수해다가 먹는지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먹는 생수가 보편화되는 것을 보면서 그만큼 환경이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지금 서울은 아리수라 수돗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식수로 사용하여도 좋다고 생수처럼 시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먹는 물에도 명품물이 시판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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