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김호근
검정 고무신 신고 제기차기
제기차기는 학교 운동장에서 제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놀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던 시절이었고, 돈이 들어가는 놀이는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둥그렇고 가운데 구멍이 뚫어진 쇳조각인 엽전 하나 줍고, 한지나 헝겊 비닐만 있으면 멋들어진 제기가 완성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어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엽전을 한지를 싼 다음, 가운데 구멍으로 돌려 꿰고 종이 끝을 여러 갈래로 너풀거리게 숱을 만들면 완성된다. 무게감이 있어야 중심을 잡을 수 있어 엽전을 여러개 포개어 만들기도 했었다.
엽전은 최고급 제기가 되지만 아쉬운 대로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서 병뚜껑을 주워 구멍을 뚫어서 엽전처럼 흉내를 냈다. 그나마도 병뚜껑조차 없으면 납작한 작은 돌에다가 한지로 싸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제기차기도 운동인지라 경기에 규칙이 엄밀했다. 시합 전에는 게임의 룰을 협의하여 정했다. 인원이 많으면 둥그렇게 원을 그린 후 자기 앞으로 제기가 날라오면 상대에게 제기를 차서 응대하는 경기를 주로 하였다.
개인전은 제기를 많이 차는 경기인데, 차는 방법은 다양했다. 한발을 땅바닥에 닿으면 차는 ‘땅강아지’가 기본인데, 한발을 아예 허공에 들고서 제기를 차는 외발차기 ‘헐랭이’와 오른발 왼발을 한번씩 교차해가면서 차는 양발차기 ‘으지자지’가 있었다. 개인전과 단체전, 종목별시합 등 다양하게 게임을 즐겼다. 게임에서 이기면 진 사람이 제기를 발에 던져주면 힘껏 차 진 사람이 받을 수 없도록 차냈다. 술래가 손으로 받으면 다시 경기가 시작된다.
단순해 보이는 경기지만 근육을 단단하게 해주며 집중력과 민첩성도 길러주었다. 나는 운동신경이 둔해서 그런지 한발을 들고 차기는 허구헌 날 꼴지를 면키 어려워서 별로 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운동화도 귀해서 고무신을 신고서 차면 고무신의 옆 면적이 적어서 운동신경이 발달한 아이가 이기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우리는 보통 양말을 신지 않았는데, 발에 땀이 나면 미끄러워져 고무신은 벌렁벌렁 잘 벗겨졌다. 더구나 발에 딱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신는 친구는 몇 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참 자라는 나이라서 알뜰한 부모님은 항상 발이 커져도 신을 수 있게 한 치수 큰 고무신을 사주셨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고서 중학교 다니는 형들을 부러워했다. 운동화를 신고 제기를 차면 서너곱절은 잘 되는 것처럼 보였다. 얼른 중학교 가서 운동화만 신으면 친구들을 다 이길 것 같았다. 더러는 아직 멀쩡한 검정 고무신을 바닥에 갈라서 떨어뜨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추억 속에서나 느끼는 제기차기를 운동장에서 즐기는 아이가 이제는 얼마나 되는지 궁굼한 세월속에 살아간다.
제기차기는 남자아이들이 하는 경기로 간혹 여자 아이들도 제기를 차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소수였다.
노원신문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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