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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손가락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어요.

by -한우물 2008. 5. 20.

소방방재청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어렴풋이 소방관들이 불난 곳에서 화마와 싸우며 인명을 구조하는 것만 연상하였지 그동안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과거만한 교과서는 없다.’ 는 말처럼 내가 겪어야만 상황을 머리 속에서 기억하고 더듬어 내면서 일상에서의 경험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말을 이날 밤 교훈으로 얻었다

며칠 전 새벽2시경, 다 큰 아들녀석이 통증을 호소하며 깨어나는 바람에 온 집안 식구가 잠을 깨는 작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녀석의 돌반지를 모아 녹여 새로 반지를 만들었는데, 그게 신기했는지 전날 저녁에 반지를 끼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잠자는 동안 손가락에 피가 통하질 않은 것이다.

손가락은 퉁퉁 부어올라 주방세제를 손에 묻혀서 아무리 빼려고 하여도 빠질 생각은 안하고 아이 손가락에 통증만 더해가는 것이다.

 ‘금반지니까 니퍼로 자르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열심히 자르려해도 마음만 다급해지고 24K 금반지는 잘리지를 않았다. 쇳덩어리라서 금반지에 자욱만 남기고 잘리지 않았다. 마지막 수단으로 쇠톱으로 반지를 썰어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손가락에 통증만 더해줄 뿐 아무런 효과도 없다.

 

집에서는 더 이상의 방법은 없으니 빨리 병원으로 가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해결이 되겠지  생각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는 ‘잠깐만요, 119에다가 전화해 보고 가세요.’ 한다. 수화기를 들고 119에 전화를 해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소방대원을 직접 집으로 보내 잘라 주시겠단다. 아파서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오밤중에 무슨 염치로 소방대원을 집으로 부른단 말인가? 나는 노원소방서 위치를 물어서 찾아가겠다고 했다.

 

차를 몰고 소방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경. 마침 출동하고 돌아오는 소방관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자기들이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이 내려와 잘라 줄 거라며 잠시만 기다리란다.

잠시 뒤 두분의 소방관이 내려오셔서 손가락에 무슨 장비를 넣고서 스스슥 하더니 잠깐만에 반지가 잘리는 것이 아닌가? 소방서 특수구조대에서만 가지고 있는 장비라 한다. 병원에서도 이런 장비가 없어서 종종 소방서로 자르러 오는데 마침 잘 왔다며 친절히 응대하여 주신다.

 

손가락이 반지에 끼인 아들녀석에게는 잠을 깰 정도로 고통스런 일이지만 사실 사소하기로 하면 참으로 사소한 일이다. 이런 일에도 소방관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 생활의 안전지킴이 소방서의 큰 역할을 새삼 깨달았다.

소방서의 일들이 화재 발생시 인명과 재산을 구하는 줄만 알았지, 이런 작은 일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고도 하지를 않았다.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소하지만 난처한 일, 참으로 곤경에 빠질 때 소방서에 먼저 문의하고 행동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녀석의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 깊은 밤, 소방관들의 따스한 손길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새벽향기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소방관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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