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원신문기사내용

파란 비닐우산

by -한우물 2008. 9. 5.

여름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날이면 파란 비닐우산이 생각난다. 지금 아이들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을 물건이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도 요즘의 양산이나 우산보다는 비닐우산이 대부분이었다.

도로는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길은 질척거리고,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비오는 날이면 대나무 살에 비닐을 씌워 만든 비닐우산이 거리를 파란 물결로 춤추게 했다. 버스정류장마다 옆구리에 파란우산 몇 개를 끼고서 ‘우산이요, 우산!’ 목청껏 외치면서 비닐우산을 파시는 아저씨는 갑자기 비오는 날이면 대목을 맞이한다.

비닐우산은 지금으로 치면 일회용 우산이었으나 물자가 귀하고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바람에 찢기지 않은 우산은 다음에 비오는 날을 대비하여 집 한 귀퉁이에 잘 보관해 두어야 했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고 나갔다가 갑자기 내리는 여우비라도 만나면 발만 동동 구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무척이나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아니면 비를 흠뻑 맞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릴까봐 몸을 따뜻하게 솜이불로 감싸서 한기를 느끼지 않도록 엄마의 따스한 손길로 감싸주시었다.

이른 아침에 학교 갈 때는 누나들보다 먼저 나가서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우산을 골라서 쓰고 가려고 부지런 떨며 대나무 우산살이 안 부러진 좋은 우산을 쓰고 가려고 도망치듯 학교를 갔다.

비닐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는 뚝! 뚝! 뚝!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학교에 등교하면 비닐우산조차 안 가져온 친구들과 나란히 쓰고서 집으로 오기도 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우산이 뒤집혀 살이 부러지거나 모양이 찌그러져 집까지 조심해서 쓰고 갔었던 기억이 있다.

비를 맞으며 길을 걸으면 우산 쓴 아저씨나 아주머니는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며 가는 곳까지 만이라도 나란히 우산을 쓰고 가던 정감어린 기억이 난다. 그때는 비오는 날에 낮선 사람과 우산을 쓰는 일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었다.

우산은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으로, 잘 쓰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을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우산이 얼마나 다양해 졌는지 아이들의 생각에 맞추어서 예쁜 그림이나 만화영화 주인공을 새겨 넣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판매된다. 성인용 우산도 다양하게 변화하여 커다란 우산은 골프용 우산이라 하고 2단 3단 접이식은 휴대하기 간편한 모양으로 변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물자는 수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산도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 싼값으로 만들어져 대량으로 수입되어 비닐우산은 이제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우산을 가져가는 사람은 아직까지 도둑으로 몰리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없는 걸로 보면 아주 사소한 물건이지만 비만 쏟아지면 대접받는 물건이 된다.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평시에 까맣게 잊고 살던 친구들이 생각나게 하는 파란 우산처럼 비오는 날만 친구를 찾지 말고 햇살 가득한 날에도 친구와 가족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마친다.

상계동 고갯마루 한정식에서 사진이 걸려있어 찍어온 사진 입니다

   70년대로 추정되는 어린 소년의 파란우산을 들고 파는 모습 입니다.

 

노원신문 4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