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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기사내용

딱지치기 한판 승부!

by -한우물 2009. 8. 6.

 

딱지치기 한판 승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 나이에 딱지치기하는 형들의 틈바구니에서 코를 찔찔 흘리면서 따라다닌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이 딱지치기 하는걸 본 지도 언제인지 모를 정도이니 아득한 이야기 같다.

70년대 후반부터는 만화영화의 한 장면이나 주인공의 화려한 모습이 인쇄된 종이를 동그랗게 오려내 딱지로 쓰는 게 유행으로 번져나갔는데, 딱지의 가장 자리에는 별들이 그려져 있고, 숫자가 씌여 있거나 글자가 있었다. 게임은 별이 들어간 갯수를 가지고 많이 그려진 딱지가 별이 적은 딱지를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방구에서 딱지를 샀으니 경기가 좀 돌아갔던 시절이다.

그 이전까지의 딱지란 집에 있는 종이를 접어서 만드는 것이었다. 직사각형으로 오린 종이를 삼등분으로 나눈 뒤 두 개의 종이를 사선으로 접어서 끼우는 방식이다. 종이도 귀한 시절이란 걸 생각하면 그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쌀포대, 비료포대로 쓰인 누런 종이가 두꺼워서 만들기도 쉬웠으나, 이것 또한 봉지, 포장지로 재활용되어 일상생활의 사용처가 다양했던 때라 귀하게 구해서 만들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신문을 보는 가정이 있긴 있었지만 드물었다. 신문지는 도배할 때 초벌지로 가장 귀하게 쓰였고, 화장지로도 사용했기에 보기조차 귀한 종이였다. 요즘 아이들은 ‘신문지로 밑을 닦았다.’ 하면 무슨 그런 일이 있냐고 반문할 정도로 생활문화가 급성장하였다.

교과서는 공부가 끝나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 형님한테 물려받은 것이라 해도 동생이나 이웃집 동생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귀한 것이라서 찢어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만일 그것으로 딱지 접은 것이 어른들께 드러난다면 종아리 핏줄은 물론이고 며칠은 학교도 못갈 정도로 혼아 났던 시절이다.

그렇게 구하기 힘든 종이로 만든 딱지치기라서 재미도 있었지만 친구들끼리 싸움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놀이는 딱지를 땅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서 뒤집히면 따먹는 간단한 방법이다. 여러 명의 경우에는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 다음 선을 뺀 나머지는 딱지를 1장씩 땅바닥에 댄다. 선은 자기 딱지로 바닥의 딱지를 쳐서 넘기면 자기의 것이 된다. 딱지를 넘기는데 실패하면 자기 딱지를 그 자리에 둔 채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가게 된다.

딱지를 내리칠 때 상대편 딱지 옆에 발을 대고서 내려치는 순간 바람 일으켜 뒤집어지게 하기도 한다. 딱지가 두꺼우면 힘 좋은 아이들이 치면 잘 넘어가는 단점도 있지만 선이 되어 딱지를 힘껏 내리칠 때는 상대편 딱지를 잘 뒤집게 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약삭바른 아이들은 바닥에 내려 놓을 때는 얇은 딱지를 써서 잘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서, 자신이 선이 되어 내리칠 때는 두꺼운 딱지를 써서 부정게임이라고 치고받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반드시 바닥에 내려놓았던 딱지로 상대편 딱지를 쳐야한다는 게임방식이 만들어졌다.

한쪽 팔만 사용하며 힘껏 내리치다 보면 밤에 잠잘 때 어깨가 아플 정도로 놀았는데 부모님께 팔 아프다고 말씀드렸다간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괜찮아질 때까지 자연 치유되도록 견디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컴퓨터에 길들여져서 집 밖에서 하는 놀이도 적어졌다. 놀이문화가 이처럼 급격히 바뀌어서 놀이방식이 없어지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노원신문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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