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
지금은 다방이라는 말보다 커피숍, 까페로 이름이 바뀌어 같은 커피를 팔지만 외형적으로나 내적으로도 변화가 많은 장소이다. 다방은 주인격인 마담이 있었고, 레지라고 부르던 아가씨들이 테이블까지 차를 날랐다. 음악다방에는 마담보다는 젊은 레지들이 있어서 조금은 신선한 분위기이었다. 당시에는 만남의 장소는 다방이나 빵집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80년대 초반까지는 음악다방이 전성기를 누렸다. 음악다방은 연인이나 친구들이 모이는 유일한 장소이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음악다방에는 DJ가 있어서 둥그런 LP판을 손끝으로 돌려가면서 손님들의 신청을 받아 음악을 들려주던 시절이다. 가요를 틀어주거나 팝송을 전문으로 틀어주던 곳도 있었는데, 수많은 판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시간대별로 DJ가 바꿔가며 가요와 팝송을 들려주는 다방이 많았다. 그 당시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 비싼 오디오시스템을 집에 장만해 둘수 없었고, 듣고 싶은 음반을 사기도 만만치 않아 자연스레 음악다방을 찾았었다.
청량리 역 근처의 다방은 기차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차 한잔 나누며 여행의 들뜬 분위기를 더욱 들뜨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다방 안에는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20대와 30대가 자리에 가득 메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가기도 할 정도였다. 청춘의 열기가 분출되는 다방에서 자신이 신청한 곡이 나오면 조용히 따라서 부르는 것이 흠이 아니었고, 마음에 들면 DJ에게 그 당시 다방에서 비싸게 팔리는 오렌지주스를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DJ의 멘트에도 모두가 귀 기울였는데 사람을 찾는 멘트부터 잔잔한 시낭송에 이르기까지 DJ의 역할은 대단했었다. 다방마다 특색이 있어서 라디오방송의 인기DJ만큼은 아니지만 사람과 직접적으로 접하는 DJ를 보려고 일부러 다방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다방 DJ의 인기가 지금의 연예인처럼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 시절이 있었다.
‘약속다방’은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의 다방의 대표적인 상호인데 그만큼 약속 장소로 이용이 많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업가는 사업을 목적으로 이용하였고, 청년은 연인의 대화 장소로, 학생은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던 곳이 다방이었다. 지금은 맞선보는 장소는 호텔 커피숍을 많이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다방에서 맞선을 보는 양가 어르신의 가족을 종종 볼 수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결혼은 일륜지 대사라고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선보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다방에서 하였던 정겨운 풍경이었다.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기쁨의 이야기가 뭍어나는 다방은 이제 찾아보는 일조차 힘들게 된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하나의 직업군이 지금은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MP3나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다양한 음악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서 즐긴다. 심지어 전화를 걸면 상대편에게 최신 유행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만큼 통신 수단의 발달로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노원신문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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