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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의 생활의 발견

어르신, 젊은 기억을 찾아 길을 나서다!

by -한우물 2008. 4. 26.

지난 18일 저녁 옆집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지나간 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집을 나가시는 일이 생기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매가 걸리신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는 과거의 자신의 집이 숨어살고 계시는가보다. 사회적인 문제로 많이 접하고 듣고는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가족은 힘겨운 시간과 노력을 다하는 일상의 하루 인 것이다.

 

 할아버지가 대문으로 나가시는 것을 보고는 할머니는 티브이를 끄고 문을 잠그는 사이에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시야에서 멀어지었고 할아버지의 옛집을 찾아서 나가신 것이다.

 

할머니의 두 눈은 홍수처럼 눈물이 흐르고 할아버지를 찾기 위한 발걸음은 몸부림이었다. 경황이 없는 할머니를 대신해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112에 신고하여 할아버지 찾기에 나섰다. 이웃들도 경비아저씨도 하나같이 걱정되고 할아버지를 찾는데 부산하게 움직였다. 모두가 전투에 나가는 투사처럼 비장한 각오로 눈을 불을 켜고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서야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를 석계역에 모시고 있으니 모셔가라’는 소식이었다. 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갈 길을 재촉하려는데 마침 112 순찰차가 확인 차 들러 집 앞에 섰다. 옆집아주머니는 할아버지가 석계역에 계시다는 연락이 와서 할머니가 나가시니 모셔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젊은 연인이 다행히도 할아버지를 모시고 기다려 준 것이었다. 

 

평시에는 한 두 시간이 그냥 의미없이 지나지만 짧은 순간일수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서 사라져버린, 그래서 연락도 닿을 수 없는 그 시간은 십년이 지나는 시간보다 애타고 안타까운 시간일 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무 사고없이 믿음직한 여경의 부축을 받으며 무사히 차에서 내리시는 걸 보면서 안도에 한숨이 쉬어진다. 아직도 할머니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오시는 길에 마주친 할머니는 “댁의 어르신은 누워만 계시니 다행이우.”하신다.

찾아다니는 그 수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 짧은 순간의 애타는 그 기다림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말로 다하시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을 가려해도 걱정이요, 바람을 쏘이러 마당을 나서려 해도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마음이 더욱 힘드시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사례도 거부하던 그 젊은이들, 할머니와 같이 발로 뛰어다닌 이웃들.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부정적인 뉴스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도 감동적이고 사랑이 뭍어나는 이웃이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가? 진솔한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가 아파트단지의 밤공기를 향기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