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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기사내용

막걸리 선거와 미디어 선거

by -한우물 2008. 5. 9.
17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세상이 많이 변한 것처럼 선거풍속도도 과거와는 많이 바뀌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60~70년대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선거철이 되면 어르신들은 뭔가에 들뜬 듯 분주했다. 만나야 될 사람도 많아지고, 말씀도 많아져서 열변을 토하시며 후보자에 대하여 즉석에서 검증까지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 때면 선거철 유세장으로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하여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열심히 뛰어 다녔다. 후보자들들이 공개 연설하는 학교 운동장으로 주민동원을 위하여  ‘오늘 2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00정당 OOO후보의 연설이 있습니다." 라고 확성기를 들고서 운동원들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가두방송 차량을 통하여 합동연설회 장소를 알려 주었다.

학교 운동장으로 가보면 어르신들은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듯 일찍부터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각 후보들은 동원된 사람들이 많을수록 당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듯 지지자들의 기싸움도 대단했다. 유권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후보자들이 제공하는 막걸리로 대낮부터 목을 축이면서 후보자의 연설을 기다린다. 연설을 하기 전 후보자들이 유권자 사이를 누비면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네면 얼굴에 홍조가 적당히 오르신 아저씨들은 아무걱정 마시라는 말로 응대하시고 지원을 약속한다.

후보자의 연설이 끝난 뒤 고무신 한 컬레씩 받아드시고 집으로 향하시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축제같은 분위기의 선거 풍속도 이었다. 혹여 고무신이나 수건을  선물로 주지않는 후보자에게는 질타어린 말투로 공격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막걸리와 고무신을 손에 들려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선거법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과거의 정치는 어린애 첫걸음처럼 형식적인 민주화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이기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춥고 배고픔에 민생고를 해결하기 급급했던 그 시절에 막걸리와 고무신이 선거판에 등장하여 주름잡았던 낯익은 풍경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유세장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동원 시키느냐가 관건이었으며 후보자의 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동원되는 사람들에게 하얀 봉투에 일당을 넣어 주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입에서 입으로 번지며 못받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금권 타락선거로 치러져 정치 거간꾼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과거 선거는 금권 선거, 관권 선거, 물리적인 선거이었지만 17대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은 국민경선을 통하여 미리 정당에서 검증받은 후보를 내세워 과거의 선거 풍토에서 탈출하려는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하여 광고 하는것 뿐 아니라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하여 각종 포털사이트에 후보자를 광고하기도 했다. 광고는 미디어전으로 후보자를 알리는데 UCC가 동원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선거 문화로 정착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제대로 된 후보자를 고르기 위한 유권자의 노력은 힘들기만 하고, 돈 안드는 깨긋한 선거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김상순의  생활의 발견에 게제된 글 노원신문[4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