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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기사내용

추석 벌초와 송편 빚기

by -한우물 2008. 12. 2.

추석 벌초와 송편 빚기

추석이면 먼저 아버지 벌초를 준비하시는 모습과 어머니가 송편 빚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광에서 낫을 여러 개 들고 나와서 숫돌에 물을 적셔가면서 갈아서 준비한다. 잘 갈아진 낫을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신 후 조상님 산소에 벌초 가신다.

어머니는 추석 차례 상 준비를 위하여 분주하게 부엌을 오가신다. 추석이 되면 객지에 나가있는 모든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자 어린 우리들은 어르신들이 사다주는 추석빔을 특별히 입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물자가 귀해서 평상시에는 형이나 누나가 입었던 옷을 물려받아서 입었기에 새 옷은 큰 명절 때만 얻어 입을 수 있었고, 추석전날에는 입던 옷은 깨끗하게 세탁하여 명절날 입었다.

추석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이기에 뉴스에서는 민족의 대이동이라 부를 정도로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연상시키고 평일에 비하여 두배 이상 걸리는 긴 시간 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교통수단은 기차를 예매하거나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였는데 승용차가 보편화 되면서 교통체증은 더 심해진 것 같다. 가족은 기차나 버스  출발시간을 알려주면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에 나가서 기다린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들어오면 뛰어가서 내리는 승객을 일일이 살펴보다 가족이 도착하지 않으면 왜 그리 시간은 지루하고 긴 시간인지 몰랐다. 버스에서 가족이 내리면 달려가 안기면서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가득 든 선물을 받으려 하면 힘들다고 안주어도 괜찮다고 받아들고 신나서 집으로 향하던 기억이 새롭다.

명절전날 진풍경은 어머니가 송편을 만드시기 전에 미리 준비하신 전을 만들어서 형제들을 다 불러놓고 이날만은 먹고 싶은 만큼 먹도록 한다. 송편을 만들어서 솥에서 쪄 나오는 족족 먹어버리기에 예방차원에서 다른 것을 실컷 먹도록 한 것이다. 송편을 앉힐 때는 솔잎을 바닥에 깔고서 쪄내면 솔향기가 번지고 송편에도 향긋한 솔향기가 베어난다.

추석날 아침에는 온가족이 모여서 차례를 지낸다. 제수는 햅쌀로 만든 메·떡·술 등과 오색 햇과일로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마련한다. 차례를 지내고 모인 가족들이 음복한 뒤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한다. 성묘를 마치고나면 마을 사람들이 어우러져 추석에 세시풍속으로 전승되어오는 다양한 놀이에 동참하여 즐겼다. 추석이면 지방마다 즐겼던 놀이는 조금씩 다르나 비슷한 놀이 문화를 간직하여 마을 어르신들은 농악과 춤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 아랫마을 윗마을이 모여서 편을 가르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신나서 마을 어르신을 응원하는 으쌰 으쌰 소리를 지른다. 잔디밭이나 학교 운동장 모래밭에서는 씨름판이 벌어지는데 이기는 사람을 장사라 하고 광목·쌀·송아지 등을 주기도 했다. 추석은 들판에 곡식을 추수하여 제일먼저 햇과일과 곡식을 조상에게 바치고 다음해의 풍년을 비는 마음이 담기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아련히 기억나는 추석 무렵 그 해 농사에서 가장 잘 익은 곡식을 잘라 묶어서 기둥이나 벽에 걸어 두고 다음 해의 씨앗으로 쓰이면서 그 곡식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걸어두었다. ‘한가위만 하여라’는 어르신 말씀처럼 올해는 가정에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노원신문 437